2024년 2월이었다.
‘환갑에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 올해는 무엇을 배울까?’ 고민하다가 원주평생학습관에서 모집하는 자서전 쓰기를 신청하였다.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 동안 매주 월요일 2시부터 4시까지 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도 선생님은 권순형선생님이었다.
지도 선생님은 ‘남자라면 잘 생겼을까? 여자라면 예쁠까?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일까? 내가 과연 글쓰기 과정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설렘과 두려움으로 개강일을 기다렸다.
선생님께서 개강 전에 모임 장소, 위치, 준비물 등 안내 문자를 보내 주셨다.
첫 시간이 되었다. 수강생들과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선생님께서는 이런 질문을 하셨다.
“자서전을 왜 쓸까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기고 갈 것은 무엇일까요?”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내 자녀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었다. 돌아보니 지금 내 모습은 내가 선택한 것들의 결과였다. 살면서 지혜롭지 못하여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내 자녀는 좀 더 지혜롭게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도 육십에 자서전을 쓰면서 그동안 내 삶을 돌아보고 맺힌 것은 풀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갈지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명륜작은도서관 관장을 하시는 선생님께서는 시인으로 40년 글을 쓰신 팔방미인이셨다.
“문고리와 여자는 살살 다뤄주세요. 노사연은 사연이 없어 자서전을 못 써요. 여러분은 경험이 많으니 자서전을 잘 쓸 수 있어요.”
수업 시간에 일어나는 상황마다 유머와 위트로 때론 적재적소에 재치 있는 언어로 수강생들에게 격려와 웃음과 감동을 주셨다. 나는 매주 월요일 2시가 기다려졌다.
석 달 동안 가장 강조하셨던 내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보았다.
“쓴 글을 50번 읽고 고쳐라.”
그동안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글쓰기 비법 중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3가지로 요약해보았다.
첫째, 쓴 글의 제목을 10개 생각하라.
제목이 반이다. 제목을 보고 읽고 싶은 욕구를 느낄 수 있도록 제목을 먼저 쓰고 글을 쓰든 쓴 글을 보고 제목을 쓰든 10개 이상 써 보아라.
이런 자서전의 제목은 어떠세요. <돌아보니 감사 아닌 것이 없네>라고 예를 들어주셨다.
둘째, 나의 특별한 기억을 써라. 처음엔 5줄 정도 메모부터 시작하라.
나는 유년 시절, 아버지, 엄마, 초등학교, 청소년 시절, 대학 시절, 직장생활(36년), 결혼생활, 출산, 투병, 자연 건강법, 나를 살린 1권의 책, 독서 코칭 3년, 글쓰기를 배우다, 시니어 독서 모임 등의 특별한 기억을 쓸 것이다.
셋째, 한 가지 주제만 써라.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한 가지 주제를 자세히, 읽는 사람이 그림을 그려가듯이 써라
나는 자서전 쓰기를 배우는 동안 네 편의 글을 썼다. 이 글들을 계속 50번 소리를 내어 읽고 고쳐나가야 한다.
글쓰기 지도 선생님께서는 수강생들이 쓴 글을 본인이 소리내어 읽게 하고 선생님께서 다시 읽어가며 글을 수정해주셨다. 어떤 부분은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글을 고친다는 것은 글을 매끄럽게 한다는 것이다. 퇴고 요령들을 메모해 두었는데 내용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띄어쓰기
(예)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 순서 생각하고 바꾸기
(예) 글을 현재에서 과거로 쓸 것인지 과거에서 현재로 쓸 것인지를 생각하고 써라.
- 사실적으로 늘려서 쓰기
(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늘려서 쓰고 여러 가지 뜻이 있을 때는 한자를 넣는 것이 좋다.
(예) 별사탕 모양으로 생긴 산 뽕(재래종) 오디를 따먹는 재미에
(예) 성(姓) 성(星)
- 한 문장에서 중복된 단어는 빼라.
(예) (추운) 겨울날
- 말하는 용어 대신 글 용어로 다듬어라.
(예) 집으로 갔다 → 집으로 왔다.
- 문장을 적당히 끊어라.
(예)
- 시제에 맞게 써라.
(예) 과거(있었다), 현재(있다), 미래(있을 것이다)
- 고유명사는 붙여 써라.
(예)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 나이는 한 글로 써라. 날짜가 중요하지 않을 때는 빼라.
(예) 6살 →여섯 살
- 50번 읽으며 고쳐라.
- 쓰는 단어를 자꾸 생각해 봐라.
(예) 즉각- 바로
- 띄어쓰기, 맞춤법의 어긋남으로 독자들이 글을 읽을 때 글의 흐름을 막지 말아라.
- 작가가 쓰고자 하는 것이 무엇에 가까운지 고민하라.
(예) 마음에 깊이 남는다. 마음에 오래 남는다. 마음에 생생하게 남는다. 마음에 어제처럼 남는다.
-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라.
(예) 구름에 달 가듯이
- 글을 보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써라.
- 계속 쓰고 고쳐나가라. 프린트해서 보면 고칠 것이 또 보인다. 고치다 보면 전혀 다른 글이 될 수도 있다.
글쓰기 고수 선생님께서는 이제까지 쓴 글을 보면 쓰는 사람의 특성이 보인다며 내 글을 평해 주실 때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글의 재미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10번도 안 읽고 와요” 선생님의 말씀에 뜨끔했다.
내 마음마저 치유해주시는 선생님께서는 글은 쓰는 사람의 속내를 다 드러낸다며 울화병,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글쓰기는 치유다. 글을 쓰며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맺혔던 사람은 풀라고 말씀해 주셨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지만, 글을 쓰며 아빠를 생각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 남이 쓴 글을 듣고 ‘나도 저런 주제로 써 볼 걸,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쓰는 것’이 자서전이라는 것을 알려주셨다. 글을 쓰면 이렇게 좋은 점이 많은데 포기하지 말자.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걸어가자.
삶의 경험이 많으신 선생님께서는 글을 쓰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 좋은 생각과 좋은 남자는 금방 도망간다. 글로 써라
- 인생은 경험이다.
- 작가는 고요한 시간이 많아야 한다.
- 그럴싸하게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지 말고 내 마음에 씨를 뿌리고 기다려야 한다.
- 글 쓰는 사람들과 같은 곳을 가야 한다.
- 사진을 찍고 오감으로 체험하며 연구하고 교감하며 글을 써라
선생님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순형이 글은 참 따뜻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글 속 따뜻함을 직접 느꼈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해마다 밭을 갈지 않아도 되는 퍼머컬쳐를 실천하며 가꾸시는 서곡 숲 농장으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바람 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우리들의 글 읽는 소리가 서곡에 울려 퍼졌습니다. 유리온실에서 빗소리 들으며 부쳐놓으신 미나리전도 먹고 수강생들이 춥다고 하니 난로에 불을 피워 따뜻하게 해주셨습니다. 어제 소나무 전지를 하며 느꼈던 마음을 밤에 썼다고 하시며 아직 다듬지 않은 글이라며 우리에게 쓴 시를 읽어주셨습니다.
소나무 전지를 하다(4/15)
권순형
더벅머리같이 솔잎들이 쌓인
소나무 가지를 싹둑 자른다.
한 가지 또 한 가지
오전 내내 소나무 가지 사이로 길을 낸다.
그 길 너머로
하늘이 맞닿는다.
버릴 것을 다 버린 소나무가
단아하다.
아직도 마음에서 버릴 것이 많은 나는
소나무 앞에서 또 부끄럽다.
언제쯤이면
저 소나무처럼 나도 단아해질 수 있을까
욕심 하나를 벚꽃잎 위에 슬쩍 얹자
바람이 데려간다.
나도 언제쯤 선생님처럼 멋진 시를 쓸 수 있을까?
오감으로 교감한다는 것이 이런 거라는 것을 농장 체험, 선생님의 시를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유리온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비가 오는 날 글쓰기 교실 풍경은 늘 그리울 것 같습니다.
내년 벚꽃이 한창일 때 농장에서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또 다른 수강생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 분 한 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고 매시간 늘 격려해주시고 글을 쓸 수 있게 이끌어주시는 권순형 선생님의 인생을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64년 동안 글은 좋은 친구였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글을 친구 삼고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신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며 앞으로 나도 선생님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글은 나의 좋은 친구가 될 것이고 나는 내 인생은 주인공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석 달 동안 글쓰기를 배우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도 듣고 배우며 나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한 글쓰기 동료들에게도 많이 배웠습니다.
‘글쓰기를 처음 배웠던 석 달을 돌아보니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