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늘은 조금 무겁지만, 동시에 가장 따뜻한 ‘작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해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하곤 하죠.
지난 두 달간, 제가 지켜본 아버지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통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평생의 발걸음을 멈추고 시작된 ‘준비’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단양의 길 위에서 성당을 향해 걸으셨던 아버지. 늘 곁에 성경을 두셨던 그 단단한 분이 2025년 크리스마스, 돌연 성당에 더 이상 나가지 못하겠다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고요한 선언이었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품위
병원에서의 수술과 시술을 거부하고, 통증 완화 치료를 선택하며 아버지는 조용히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통장을 정리하고, 마음을 정리하며 다가올 끝을 준비하셨죠.
저는 아버지의 마지막 생일 상 앞에서 노래조차 끝맺지 못할 만큼 울었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담담하셨습니다. 육신은 점점 작아지고 고통은 깊어졌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딸을 안아주시던 그 팔에는 평생을 지탱해온 ‘거대한 산’ 같은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눈이 그친 새벽 6시, 편안한 소천
2월 2일, 밤새 고요히 내리던 눈이 잦아든 새벽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비로소 평온한 모습으로 길을 떠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덕분에 정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저희 걱정은 마세요.”
제가 건넨 이 마지막 고백은, 아버지가 세상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장례를 치르며 보낸 지난 두 달은 슬픔의 시간인 동시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시간이었습니다. 죽음은 갑작스러운 단절이 아니라, 삶의 완성임을 아버지는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미루지 않는 고백: “사랑한다”는 말은 내일이 아닌 지금 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마무리: 주변을 정리하는 것은 남겨진 이들에 대한 마지막 배려입니다.
존엄한 선택: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뺨에 흐르는 눈물은 슬픔이지만, 그 안에는 아버지가 주신 따뜻한 사랑이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추모 에세이]
30년의 걸음이 멈춘 곳에 핀 사랑
단양의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3단지에서 1단지 성당까지, 아버지는 30년을 한결같이 걸으셨습니다. 그 길은 단순히 성당으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지탱해온 믿음의 증거였습니다. 늘 곁에 두셨던 낡은 성경책처럼, 아버지는 우리에게 닳지 않는 단단한 바위이자 우러러보는 거대한 산이었습니다.
2025년의 크리스마스, 아버지는 그 평생의 발걸음을 멈추겠노라 선언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스스로 써 내려가기 시작한 마지막 챕터였습니다.
“이제 성당에 못 나가겠다.”
그 한마디에 담긴 무게를 우리는 그때 다 알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생일 상 앞에서 차마 끝내지 못한 축하 노래는 눈물이 되어 흩어졌고, 아버지는 고통 속에서도 수술 대신 ‘정리’를 택하셨습니다. 통장을 정리하고, 주변을 살피며, 떠날 채비를 하시는 모습은 작아진 체구와 달리 여전히 엄격하고 숭고했습니다.
요양병원의 하얀 침상 위에서 아버지는 한 달간 우리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고통이 몸을 옥죄는 순간에도 저를 안아주시던 그 팔의 온기, 소변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 무너지는 육신 속에서도 잃지 않으려 했던 인간의 존엄.
“사랑해요, 아버지. 덕분에 정말 행복했어요. 저희 걱정은 마세요.”
울먹이며 건넨 이 말들이 아버지의 길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드렸을까요. 2월 2일 새벽 6시, 밤새 소리 없이 세상을 덮던 눈이 그치자마자 아버지는 거짓말처럼 편안한 얼굴로 소천하셨습니다. 마치 “이제 됐다”라고 말씀하시는 듯한 고요한 마침표였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뺨 위로 눈물이 주르륵 흐릅니다. 하지만 이제 압니다. 아버지는 사라지신 게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더 큰 산으로 옮겨 오셨다는 것을요. 죽음을 기억하며(Memento Mori) 삶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신 나의 아버지, 당신은 마지막까지 참으로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추모 시]
거대한 산이 남기고 간 고요한 새벽
눈 그친 새벽의 안식
삼십 년 오가던 성당 길 위로
쌓인 발자국마다 당신의 기도가 서려 있습니다.
손때 묻은 성경책을 덮으며
아버지는 고요한 마침표를 준비하셨습니다.
거대한 산이었던 당신의 어깨가
마지막 한 달, 작고 가냘픈 언덕이 되어갈 때
우리는 그 품에 안겨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따뜻한 작별을 배웠습니다.
“사랑한다, 행복했다, 걱정 마라”
눈물 섞인 고백이 병실 공기를 채우던 밤,
아버지는 고통을 견디며
우리를 단단히 안아 지탱해 주셨습니다.
함박눈이 소리 없이 세상을 지우던 새벽,
눈이 그치자 비로소 닿은 안식.
이제 눈물은 강이 되어 흐르겠지만
당신이 남긴 사랑은 바다가 되어 우리를 감싸 안을 것입니다.
편히 쉬소서,
우리의 영원한 산이신 아버지.